일상이 늘 흥미진진할 수는 없는 법이죠.
하지만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더라도 그럭저럭 잘 버텨오던 일상이 견딜 수 없을 만큼 권태롭게 느껴지는 순간은 찾아옵니다.
늘 하던 일을 해내기 어렵다거나, 몸과 마음이 버티기 힘든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는 마음 상태인 것이죠. 크던 작던 시간과 노력을 더해 그동안 유지해 오던 것들이 의미 없고 쓸데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모든 게 지긋지긋하고 귀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BBC 코리아 기사에서 본 바로는 권태감을 최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해요.
- 보정적 권태감: 권태감을 느끼면서,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황
- 반응적 권태감: 권태감을 느끼며, 자신을 옭아맨 대상에 공격적인 성향을 보임
- 탐색적 권태감: 지루하거나 따분해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출구를 찾음
- 무관심한 권태감: 권태감을 느껴, 주변의 모든 일에 관심을 끄고 평온한 마음을 찾아가는 것
- 심드렁한 권태감: 기분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데, 권태감을 느끼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굳이 따지자면 저는 ‘보정적 권태감'이나 ‘심드렁한 권태감' 상태인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일을 벌여놓은 것도 있는데, 도무지 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 같거든요. 심지어 화내기도 귀찮아서 이 상황에 대한 커다란 감정적인 동요도 없어요.
기사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권태를 이겨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 상태가 곧 지나갈 것이고, 할 일을 잠시 멈춰도 일상의 아무것도 심각하게 망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가 이미 알고 있다는 거예요.
그저 해야 할 일의 최소한의 최소한만 손에 쥐고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 이 시기가 지나가길 기다려야겠죠. 사람마다 권태가 오는 원인과 방식이 다르듯이 해결하는 방법도 다르겠지만, 제 경험상 저는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은 기분이 들 때에는 오히려 억지로 뭐라도 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해야 하는 데 하기 싫은 일은 좀 미뤄두고, 조금씩 쓸데없이 움직여 보려고요. 하릴없이 집에 있는 뭉툭한 연필을 모조리 깎는다거나 재미있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폼롤러 위에서 뒹굴거리는 식으로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피아노를 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럴 때입니다. 저는 기분이 극도로 좋지 않을 때 왠지 피아노를 치고 나면 조금은 나아지더라고요.
잔잔한 곡보다는 빠른 템포의 곡이 좋습니다. 물론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으면 손가락이 굳어 도무지 움직이질 않아요. 제가 연주하는 음악 소리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더 나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른손 따로, 왼손 따로 연습하다가 두 손으로 연주를 하고, 더듬더듬 손가락으로 음계를 짚어가며 악보를 읽다가 조금씩 속도를 높여갈 때의 쾌감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제 기분이 제 편이 아닐 때가 종종 생깁니다. 몸도 마음도 도대체가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기분을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도와주는 무언가를 미리미리 준비해 두세요.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에는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미리 준비해 둔 그 비법을 스스로에게 건네주는 겁니다.
여전히 폭염주의보 알람이 울리고 있지만 왠지 공기 중에 가을이 오고 있음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길고 무더운 여름 수고하셨어요!
권태 퇴치 조언을 기다리는
케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