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체로 불만이 많습니다.
그리고 불평을 습관적으로 늘어놓는 편이지요. 예를 들면, 회사에서 누군가의 업무처리 방식이 나와 맞지 않아서 불만, 길에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 치워도 치워도 계속 난장판인 집을 보며 구시렁구시렁, 제가 보기에 ‘옳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는 공인에 대해 비난의 말을 뱉습니다.
저의 기준에서 보자면 제 불평에는 ‘언제나'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불평하지 않으려고 해도 세상엔 이상한 사람도 기막힌 상황도 너무나 많은 걸 어떡해요.
그렇다고 제가 공격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거나, 갈등을 조장하거나, 악플을 달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니니까 ‘귀엽고 무해한 험담' 정도라고 생각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쯤은 저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험담은 ‘귀엽고 무해한'과 같은 수식어와 함께 갈 수 없는 단어니까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가 요즘 재미있게 하고 있는 취미활동이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볼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친구는 다짜고짜 지인의 험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래전 알고 지내던 사람이 최근에 꽤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 봐요. 그 사람이 예전엔 얼마나 보잘것없고 별로였는지, 그런 사람이 지금처럼 잘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에 대한 불평을 계속해서 늘어놓았습니다.
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심지어 제 친구에게도 그다지 중요한 사람인 것 같지 않았어요. 더 이상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도 아니었고요. 의미 없는 불평을 계속해서 듣고 있자니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와의 만남은 핑계를 대서라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요.
다른 대화에서는 제가 저 친구처럼 불평으로 상대방을 질리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평은 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지치고 짜증 나는 일이므로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한다고 바로 고쳐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불평 한 번 해야겠다'라고 맘먹고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저도 모르게 불평을 실컷 늘어놓은 후였어요. 후회도 밀려옵니다.
지속적으로 불평을 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불평을 함으로써 뭔가 해소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일 테니까요. 저는 불평을 늘어놓음으로써 제가 얼마나 힘든지를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불평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저 자신의 거리를 둠으로써 제가 저 사람보다 어느 면에서는 ‘더 나은' 사람이라는 안도감을 갖고 싶어 하고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불편한 마음을 비난할 대상을 찾아 입 밖으로 내놓음으로써 ‘이게 사실은 내 무능 때문은 아니야'라고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지속적이지 않아요.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고요. 사실은 불평을 통해서 제가 바라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몰라서 습관적으로 불평을 반복하는 것 같아요.
일상은 반복적이고, 불평을 늘어놓는 일도 늘 비슷비슷합니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하는데 그중 90% 이상은 어제도 한 생각이었다고 해요. 막연히 ‘어떤 불평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어!’라는 결심을 하기보다 반복적으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불평 하나를 꼽아서 그 불평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하라고 하더라고요(모든 걸 책으로 배우는 경향이 있는 저는 불평에 대한 책을 또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하는 건 회사의 누군가에 대한 불평입니다. 팀을 옮기면 사람만 바뀔 뿐 저는 늘 회사에서 불평을 할 누군가를 찾아내는 것 같아요.
‘불평을 하는 건 스스로를 피해자의 위치에 두는 것이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상황을 바꾸거나 벗어날 힘이 없어 하소연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피해자로 보는 것이지요. 일에 있어서 늘 주체적인 선택을 한다고 믿고 있었던 저인지라 이 말은 저에게 약간의 충격을 주었습니다.
저는 선택의 힘을 믿는 편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선택권이 저에게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제 손에 쥐어진 선택지가 모두 다 마음에 안 드는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별로인 것과 더 별로인 것 중에서 골라야 하는 상황이 허다하죠.
해결하거나 회피하거나
불만이 생기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 불만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결정할 수 있겠죠.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일단 회피하고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구시렁거리는 건 이제 그만해야겠어요.
다음번에 또 회사에 불평을 한다면 그땐 회사를 그만두겠어요!(회피)... 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다음번 레터를 보낼 때즈음엔 불평 하나는 덜 하는 사람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
케잌 드림 |